분류 전체보기26 방황하는 칼날[히가시노 게이고] 이 책은 잔혹한 범죄와 그 범죄의 희생양이 된 피해자, 그리고 무엇으로도 메워지지 않는 피해자 가족의 슬픔과 고통을 정면으로 다루고 있다. 읽는 내내 마치 이 소설이 특정 개인의 이야기라기보다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가 안고 있는 가장 근본적인 문제를 정면으로 끄집어내어 화두로 던지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끊이지 않고 벌어지고 있는 강력범죄들, 그리고 그로 인해 남겨진 유가족들이 겪는, 그 어떤 방식으로도 온전히 치유되지 않는 슬픔을 떠올려보면 이 소설이 결코 먼 나라의 허구적인 이야기로만 느껴지지 않는다. 이런 일들은 비단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 어디에서나 반복되고 있는 비극인 듯하다. 일본이라는 나라의 작가가 써 내려간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그 현실 묘사가 얼마나 .. 2026. 9. 7. 막스 티볼리의 고백[앤드루 숀 그리어] 이 책은 막스 티볼리라는 한 소년, 아니 정확히는 '소년'이라는 단어조차 온전히 붙이기 조심스러운 한 인간의 이야기다. 정신과 몸이 완전히 뒤바뀌어버린 존재. 어떻게 보면 소년이라는 시절 자체를, 그리고 인생이라는 순리를 송두리째 빼앗겨버린 기구한 운명을 살아온 인간의 이야기라고 하는 편이 더 정확할 듯하다.주인공 막스 티볼리는 70세 노인의 외모로 세상에 태어난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살아가면 살아갈수록 그의 외모는 거꾸로 점점 젊어진다. 결국 실제 나이로는 50대에 이르렀을 무렵, 겉모습은 열일곱 소년의 모습을 지니게 되는 것이다. 시간이 앞으로 흐르는데 몸은 거꾸로 흐르는, 그야말로 세상의 이치를 완전히 거스르는 존재로 그는 살아간다.그가 처음 세상에 태어났을 때, 그 모습은 온 가족을.. 2026. 9. 7. 촐라체[박범신] 촐라체. 히말라야 에베레스트 서남서 17킬로미터, 남체 바자르 북동북 14킬로미터 지점에 위치한 6,440미터 봉우리. 책을 읽기 전,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지식검색을 해보았다. 촐라체는 독립된 하나의 산이 아니라, 우리가 흔히 세계 최고봉으로 알고 있는 에베레스트 자락에 딸린 여러 봉우리 가운데 하나였다. 늘 에베레스트라는 이름 하나로만 그 거대한 산군을 뭉뚱그려 알고 있었던 나로서는, 그 아래에 이름을 가진 수많은 봉우리들이 저마다의 표정으로 존재한다는 사실이 새삼 신기하게 다가왔다. 산이라는 것도 결국 하나의 덩어리가 아니라, 저마다의 사연과 높이와 난이도를 지닌 개별적인 존재들의 집합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사실 처음 제목만 접했을 때는 다소 낯설고 어리둥절했다. '촐라체'라는 이름 자체가 우리.. 2026. 9. 7. 에덴의 악녀[페이 웰던] 페이 웰던의 《에덴의 악녀》를 덮으면서 가장 먼저 든 감정은, 부끄러움이었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한 남자로서, 이 책이 그려내는 남성상 앞에서 나는 쉽게 결백을 주장할 수 없었다. 남자들은 저마다 입을 모아 "나는 그렇지 않다"라고 말하지만, 사실은 정도의 차이일 뿐 여성을 바라보는 시선 어딘가에는 편견과 속물근성이 자리하고 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그 불편한 진실을 외면할 수 없었고, 그래서 더더욱 부끄러웠다.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인물은 크게 셋으로 압축된다. 전형적인 속물근성을 지닌 남편 보보, 그런 남편에게서 외모만으로는 인정받지 못하는 현모양처형 아내 루스, 그리고 보보에게 '여자'로서 온전히 인정받는 애첩 메리 피셔. 이 삼각 구도는 낯설지 않다. 오히려 우리에게 익숙하다 못해 진부하게까지 느.. 2026. 9. 7. [내집마련 분투기 2화] 본청약과 21층, 원하는 대로 풀린 순간들 사전 청약 당첨의 짜릿함과 위기의 순간들을 지나온 지 어느덧 몇 년이 흘렀고, 드디어 올해 본청약 공고가 나왔다. 사전 청약에 당첨되었던 만큼 이번 본청약은 자격 심사만 통과하면 자연스럽게 당첨으로 이어지는 구조였지만, 그럼에도 공고문이 뜨던 날의 긴장감은 처음 청약을 넣던 그때 못지않았다. 서류를 다시 준비하고 본청약을 신청하면서, 드디어 이 긴 여정의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는 실감이 들었다. 예상대로 본청약은 무리 없이 당첨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이어진 견본 주택 방문. 그 공간에 들어서는 순간 느꼈던 감정은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도면과 숫자로만 보던 평면도가 실제 공간으로 구현된 걸 두 눈으로 직접 보니, '아, 내가 정말 집을 마련하는구나'라는 벅찬 감정이 밀려왔다. 거실 창으로 들어오는 채광을 .. 2026. 9. 6. [내집마련 분투기 1화] 2000:1의 벽을 넘다, 사전청약 당첨의 드라마 노후 준비를 이야기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내 집 마련'이다. 안정적인 노후를 그리는 데 있어 거주할 집이 있다는 것만큼 확실한 기반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오늘부터 나의 내집마련 여정을 하나씩 기록으로 남겨보려 한다. 그 첫 번째 이야기는 2022년, 창릉 3기 신도시 사전 청약에 도전했던 순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나는 생애 최초 특별 공급으로 S4블록 84형에 지원했다. 사실 큰 기대는 없었다. 청약이라는 게 워낙 경쟁이 치열하고, 서류상 조건 하나하나가 당락을 가르는 세계라는 걸 익히 들어왔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소득 기준 때문에 나는 우선순위 배정 대상에서 밀려났다. 우선 공급 합격선에 살짝 미치지 못했다. 순간 '역시 안 되는구나' 싶어 마음을 접었다. 그런데 특별 .. 2026. 9. 6. 이전 1 2 3 4 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