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 청약 당첨의 짜릿함과 위기의 순간들을 지나온 지 어느덧 몇 년이 흘렀고, 드디어 올해 본청약 공고가 나왔다. 사전 청약에 당첨되었던 만큼 이번 본청약은 자격 심사만 통과하면 자연스럽게 당첨으로 이어지는 구조였지만, 그럼에도 공고문이 뜨던 날의 긴장감은 처음 청약을 넣던 그때 못지않았다. 서류를 다시 준비하고 본청약을 신청하면서, 드디어 이 긴 여정의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는 실감이 들었다.
예상대로 본청약은 무리 없이 당첨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이어진 견본 주택 방문. 그 공간에 들어서는 순간 느꼈던 감정은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도면과 숫자로만 보던 평면도가 실제 공간으로 구현된 걸 두 눈으로 직접 보니, '아, 내가 정말 집을 마련하는구나'라는 벅찬 감정이 밀려왔다. 거실 창으로 들어오는 채광을 상상해 보고, 방 하나하나를 어떻게 채울지 머릿속으로 그려보면서 오랜 시간 준비해 온 내 집 마련이 드디어 손에 잡히는 현실이 되어가고 있음을 느꼈다.
하지만 이번에도 마냥 편안하게 지나간 것은 아니었다. 이 단지는 주택형이 A형과 B형 두 가지로 나뉘어 있었고, 신청은 했지만 어느 형으로 배정될지는 확정된 게 아니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구조 때문에 A형을 신청했는데, 신청자가 몰릴 경우 추첨을 통해 B형으로 배정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신청서를 제출하고 결과를 기다리는 며칠 동안, 혹시 원치 않는 B형으로 배정되면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걱정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이미 살아갈 공간의 구조를 A형에 맞춰 상상하고 있었기에, 만약 B형이 된다면 그 상실감이 꽤 클 것 같았다. 다행히 결과가 나왔을 때, 신청했던 A형으로 무사히 배정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나서야 그 며칠간의 불안이 눈 녹듯 사라졌다.
주택형 배정이 끝나고 나니 이번에는 동과 호수를 정하는 추첨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 추첨이야말로 이번 내 집 마련 과정에서 가장 운에 좌우되는 순간이라 할 수 있었다. 같은 단지, 같은 평형이라도 어느 동에 배정되느냐, 몇 층에 배정되느냐에 따라 조망이나 채광, 생활 편의성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추첨 방식에 대한 안내를 받으면서, 나는 내심 특정 동을 마음에 두고 있었다. 단지 배치도를 몇 번이고 들여다보며 어느 동이 단지 내 공원이나 편의시설과 가깝고, 어느 동이 조망이 좋을지 나름대로 분석했었다.
그런데 동시에 걱정도 커졌다. 만약 내가 원하는 동에 배정되더라도 저층으로 배정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하는 고민이었다. 원하는 동이더라도 1층이나 2층처럼 낮은 층이라면 사생활 노출이나 소음, 채광 문제로 만족도가 떨어질 수 있었다. 반대로 원하지 않는 동이지만 로열층에 배정될 가능성도 있었기에, 동과 층 중 어느 쪽을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지 마음속으로 여러 번 저울질했다. 추첨일이 다가올수록 이런저런 시나리오를 상상하며 스스로 마음의 준비를 해두려 애썼다. 원하는 동에 저층이 걸리면 그래도 처음 내 집 마련이라는 의미에 집중하며 만족하자고 다짐했고, 반대로 원치 않는 동에 로열층이 걸리면 그것대로 감사한 마음으로 받아들이자고 되뇌었다.
드디어 추첨 당일, 결과를 확인하는 순간의 긴장감은 이전의 어떤 순간보다 컸다. 그리고 결과는 놀라웠다. 내가 마음속으로 가장 원했던 동에, 그것도 21층이라는 훌륭한 층수로 배정된 것이다. 저층이 될까 봐 마음 졸였던 시간이 무색하게, 원하는 동과 좋은 층수를 동시에 얻어낸 셈이었다. 그 소식을 확인한 순간 온몸에 힘이 풀리면서도 동시에 벅찬 기쁨이 차올랐다. 사전청약 때의 극적인 위기 극복에 이어, 본청약과 동호수 추첨까지 하나하나 원하는 방향으로 풀려가는 걸 보면서 이 내집마련 여정 자체가 나에게 좋은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돌아보면 사전 청약의 감격과 위기, 그리고 본청약의 주택형 배정과 동호수 추첨까지, 단계마다 크고 작은 걱정과 긴장이 있었지만 원하는 방향으로 차근차근 풀려왔다. 이제 남은 건 계약과 입주 준비, 그리고 그 사이사이의 자금 계획들이다. 노후 준비의 한 축인 내집마련이 이렇게 한 걸음씩 현실이 되어가는 과정을, 다음 이야기에서도 계속 기록해 나가려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