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막스 티볼리라는 한 소년, 아니 정확히는 '소년'이라는 단어조차 온전히 붙이기 조심스러운 한 인간의 이야기다. 정신과 몸이 완전히 뒤바뀌어버린 존재. 어떻게 보면 소년이라는 시절 자체를, 그리고 인생이라는 순리를 송두리째 빼앗겨버린 기구한 운명을 살아온 인간의 이야기라고 하는 편이 더 정확할 듯하다.
주인공 막스 티볼리는 70세 노인의 외모로 세상에 태어난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살아가면 살아갈수록 그의 외모는 거꾸로 점점 젊어진다. 결국 실제 나이로는 50대에 이르렀을 무렵, 겉모습은 열일곱 소년의 모습을 지니게 되는 것이다. 시간이 앞으로 흐르는데 몸은 거꾸로 흐르는, 그야말로 세상의 이치를 완전히 거스르는 존재로 그는 살아간다.
그가 처음 세상에 태어났을 때, 그 모습은 온 가족을 경악하게 만들 만큼 충격적이었다. 갓 태어난 아기라고 여기기에는 도무지 믿기지 않는, 너무나 쭈글쭈글한 모습이었다. 마치 세상의 온갖 풍파와 시련을 이미 다 겪고 난 사람처럼 깊은 주름을 가득 새긴 채로 태어난 아이. 부모조차 처음에는 이 아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라 당혹스러워했을 그 장면을 떠올리면, 한 생명이 태어나던 순간부터 이미 얼마나 큰 비극의 씨앗을 안고 있었는지가 절절하게 느껴진다.
정말이지 기구한 운명을 타고났다고밖에 표현할 수 없다. 어릴 적에는 또래 아이들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늙은 외모 때문에 세상으로부터 등을 돌리게 되고, 반대로 나이가 들어 성숙해질 무렵에는 너무나도 어려 보이는 외모 때문에 세상과 정상적으로 어울릴 수 없게 된다. 어느 한쪽으로도 완전히 속할 수 없는, 평생을 경계인으로 살아가야 하는 소년. 세상 어디에도 자신과 같은 처지의 존재가 없다는 사실이, 그의 고독을 한층 더 깊고 무겁게 만든다.
그동안 여러 드라마와 소설을 통해 '어쩌면 인생이 이토록 기구할 수 있을까' 싶은 인물들을 숱하게 만나왔다. 그러나 이 정도로 기발하면서도 동시에 이토록 처절하게 기구한 운명을 지닌 인물은 처음이었다. 인간의 신체란 본디 나이가 들수록 점점 노쇠해지고, 그렇게 자연스럽게 죽음이라는 종착점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 순리다. 그런데 티볼리는 그 순리를 정반대로 거스르며 살아간다. 그는 늙음에서 시작해 젊음으로, 그리고 마침내는 갓난아기의 모습으로 생을 마감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그에게 있어 '죽음'이라는 것은 과연 어떤 의미와 형태로 다가올지, 책을 읽는 내내 그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이토록 특별한 운명을 지닌 그에게도, 여느 사람들과 다름없이 사랑이 찾아온다. 하지만 그는 그 사랑을 제대로 이루어낼 수조차 없었다. 책에 등장하는 인물 앨리스는 티볼리에게 있어 첫사랑이자 동시에 마지막 사랑이라 할 수 있는 대상이다. 열 살 무렵의 그는 노인의 외모 때문에 앨리스에게 다가갈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세월이 흘러 서른 무렵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두 사람은 서로 사랑을 나누게 되지만, 그마저도 영원히 지속되지는 못한다. 그리고 오십 대에 접어들어서는, 이제는 오히려 너무 어려진 외모 탓에 다시 그녀를 마음속으로만 품게 되는 처지에 놓이고 만다.
한 사람을 향한 그토록 지고지순하고 일편단심인 사랑을, 앨리스라는 인물이 온전히 받아들이고 함께 짊어지기에는 그녀의 인물적 성격이 다소 약하게 그려진 듯한 아쉬움도 남는다. 그녀가 조금 더 단단하고 뚜렷한 존재감을 가진 인물이었다면, 티볼리의 사랑이 지닌 무게감이 훨씬 더 깊이 있게 다가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의 흐름을 거스르는 몸으로 평생 한 사람만을 바라보아야 했던 그의 사랑 이야기는 그 자체로 애틋하고 처연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새삼 깨닫게 된 것이 있다. 사람이 나이가 들어가는 과정에서, 정신적인 성숙과 신체적인 변화가 서로 발맞추어 나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당연하면서도 동시에 얼마나 소중한 축복인지를 말이다. 우리는 평소 그 당연함을 당연하게 여긴 나머지, 그것이 얼마나 큰 행운인지조차 인식하지 못한 채 살아간다. 그러나 티볼리처럼 정신과 육체의 시간이 완전히 어긋난 버린 존재를 마주하고 나니, 몸과 마음이 함께 나이 들어간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를 절실히 느끼게 되었다.
티볼리 본인이나 그의 가족들, 그리고 이 책을 읽는 독자들 모두 그를 두고 참으로 불쌍하고 기구한 인생이라고 여길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정작 티볼리 자신은 자신에게 주어진 그 기이한 운명을 그저 원망하며 주저앉아 있지 않는다. 오히려 그 운명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주어진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내는 모습을 끝까지 보여준다. 남들이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평가하든 개의치 않고, 오롯이 자기 자신의 생각과 신념에 따라 하고 싶은 일을 해나가고, 마침내 자신이 진심으로 바라던 것들을 하나씩 이루어가는 그 모습 자체가 참으로 아름답게 느껴졌다.
이 책을 통해 다시 한번 곱씹어 생각하게 되는 것이 있다. 바로 시간이라는 것의 소중함이다. 한번 지나가 버린 시간은 두 번 다시 되돌아오지 않는다. 그렇기에 지금 이 순간, 지금 내가 발 딛고 서 있는 이 시간에 얼마나 충실하게 살아가고 있는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지금 이렇게 리뷰를 쓰고 있는 이 시간조차, 나에게는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소중한 시간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마음 깊이 되새기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