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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거짓말[기무라 유이치] 정말 오랜만에 일본 작가의 소설을 손에 들었다. 평소 소설을 고를 때 개인적으로 가장 선호하는 장르는 단연 미스터리와 스릴러다. 책장을 넘기는 내내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박진감을 느낄 수 있고, 이야기의 전개가 지루할 틈 없이 속도감 있게 흘러가기 때문에 단숨에 몰입해서 읽어 내려갈 수 있다는 점이 그 장르만이 지닌 큰 매력이다.이 책 《행복한 거짓말》은 그런 부류의 소설과는 결이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가볍고 술술 읽히는 문체 덕분에 부담 없이 빠른 속도로 완독 할 수 있었다. 다만 다 읽고 난 뒤의 소감을 솔직하게 말하자면, 재미있고 흥미로웠다고 이야기할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지나치게 예측 가능한 뻔한 스토리 전개가 이 책의 핵심적인 특징이자 동시에 가장 큰 아쉬움으로 남았다.이 소.. 2026. 9. 8.
샤갈이 그린 라퐁텐 우화[장 드 라 퐁텐] 처음 이 책의 제목을 접했을 때는, 순간 고개를 갸웃하게 되었다. 20세기 최고의 화가로 손꼽히는 마르크 샤갈이 직접 우화를 집필하기라도 한 것인가 하는 착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책을 펼쳐보니, 이야기의 본질적인 골격, 즉 우화 자체를 지은 이는 다름 아닌 17세기 프랑스의 시인 장 드 라퐁텐이었다. 다만 그 라퐁텐의 우화 곳곳에 샤갈의 그림이 함께 수록되어 있다는 점이 이 책만의 특별한 매력이었다. 덕분에 이 책을 다 읽고 난 뒤의 느낌은, 단순히 짧은 이야기 몇 편을 읽어 내려간 것에 그치지 않고, 마치 한 편의 근사한 예술 감상까지 함께 즐긴 듯한 풍성한 여운을 남겨주었다.책은 짧고 함축적인 우화들을 촘촘히 엮어 모아둔 형태로 전체적인 틀이 구성되어 있다. 실제로 하나하나의 이야기를 읽어 내.. 2026. 9. 8.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코맥 매카시] 정말 오랜만에, 개인적으로 진심으로 좋아하는 분야의 책을 만났다. 평소 미스터리나 스릴러 장르를 유독 좋아하는 편이고, 영화 역시 그런 계열의 작품을 즐겨 찾아보는 편인데, 이 책을 읽는 내내 마치 스크린 앞에 앉아 영화를 관람하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책의 첫 장을 펼치는 순간부터 시작된 팽팽한 긴장감은 단 한순간도 느슨해지지 않은 채, 마지막 책장을 덮는 그 순간까지 고스란히 이어졌다.수많은 언론으로부터 극찬을 받았고, 퓰리처상을 수상한 작가 코맥 매카시. 이 책을 읽으면서 그가 어째서 그토록 권위 있는 상을 받을 수 있었는지를 비로소 실감할 수 있었다. 다른 어떤 작가에게서도 쉽게 찾아보기 힘든, 코맥 매카시만의 독특하고 건조하면서도 압도적인 이야기 전개 방식이 나라는 독자를 완전히 매료.. 2026. 9. 8.
연민 -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지독한 감정[슈테판 츠바이크] 연민(憐憫). 사전적인 의미를 찾아보면, 남을 불쌍하고 가련하게 여기는 마음이라고 풀이되어 있다. 그런데 막상 이 단어를 곱씹어볼수록, 그 감정의 실체를 명확한 언어로 붙잡아내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다. 연민이라는 감정은 사랑처럼 뜨겁고 강렬한 소유욕을 동반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우정처럼 담담하고 대등한 관계에서 오는 편안함도 아니다. 굳이 표현하자면 사랑과 우정 그 사이 어딘가에 위치한, 그러면서도 우정보다는 한결 더 애틋하고 위태로운 감정이 아닐까 싶다.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연민과 사랑이라는 두 감정의 경계선 위에서 적잖은 혼란과 갈등을 겪는 것 같다. 이 소설은 바로 그러한 연민이라는 모호하고도 위태로운 감정을 하나의 프리즘 삼아, 인간의 내면 깊숙한 곳까지 세밀하게 들여다.. 2026. 9. 8.
방황하는 칼날[히가시노 게이고] 이 책은 잔혹한 범죄와 그 범죄의 희생양이 된 피해자, 그리고 무엇으로도 메워지지 않는 피해자 가족의 슬픔과 고통을 정면으로 다루고 있다. 읽는 내내 마치 이 소설이 특정 개인의 이야기라기보다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가 안고 있는 가장 근본적인 문제를 정면으로 끄집어내어 화두로 던지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끊이지 않고 벌어지고 있는 강력범죄들, 그리고 그로 인해 남겨진 유가족들이 겪는, 그 어떤 방식으로도 온전히 치유되지 않는 슬픔을 떠올려보면 이 소설이 결코 먼 나라의 허구적인 이야기로만 느껴지지 않는다. 이런 일들은 비단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 어디에서나 반복되고 있는 비극인 듯하다. 일본이라는 나라의 작가가 써 내려간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그 현실 묘사가 얼마나 .. 2026. 9. 7.
막스 티볼리의 고백[앤드루 숀 그리어] 이 책은 막스 티볼리라는 한 소년, 아니 정확히는 '소년'이라는 단어조차 온전히 붙이기 조심스러운 한 인간의 이야기다. 정신과 몸이 완전히 뒤바뀌어버린 존재. 어떻게 보면 소년이라는 시절 자체를, 그리고 인생이라는 순리를 송두리째 빼앗겨버린 기구한 운명을 살아온 인간의 이야기라고 하는 편이 더 정확할 듯하다.주인공 막스 티볼리는 70세 노인의 외모로 세상에 태어난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살아가면 살아갈수록 그의 외모는 거꾸로 점점 젊어진다. 결국 실제 나이로는 50대에 이르렀을 무렵, 겉모습은 열일곱 소년의 모습을 지니게 되는 것이다. 시간이 앞으로 흐르는데 몸은 거꾸로 흐르는, 그야말로 세상의 이치를 완전히 거스르는 존재로 그는 살아간다.그가 처음 세상에 태어났을 때, 그 모습은 온 가족을.. 2026. 9.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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