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행복한 거짓말[기무라 유이치]

by IT BRIAN 2026. 9. 8.

정말 오랜만에 일본 작가의 소설을 손에 들었다. 평소 소설을 고를 때 개인적으로 가장 선호하는 장르는 단연 미스터리와 스릴러다. 책장을 넘기는 내내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박진감을 느낄 수 있고, 이야기의 전개가 지루할 틈 없이 속도감 있게 흘러가기 때문에 단숨에 몰입해서 읽어 내려갈 수 있다는 점이 그 장르만이 지닌 큰 매력이다.

이 책 《행복한 거짓말》은 그런 부류의 소설과는 결이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가볍고 술술 읽히는 문체 덕분에 부담 없이 빠른 속도로 완독 할 수 있었다. 다만 다 읽고 난 뒤의 소감을 솔직하게 말하자면, 재미있고 흥미로웠다고 이야기할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지나치게 예측 가능한 뻔한 스토리 전개가 이 책의 핵심적인 특징이자 동시에 가장 큰 아쉬움으로 남았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누구나 인정할 만한 최고의 히트작을 집필해낸 성공한 드라마 작가다. 그런데 그의 삶을 그려나가는 방식이, 마치 우리나라에서 흔히 방영되는 전형적인 드라마의 스토리 공식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느낌이어서 다소 실망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자고 일어나 보니 스타가 되어 있었다'는 말처럼, 주인공 나오키는 어느 한순간 갑작스럽게 폭발적인 인기를 얻게 된다. 그러나 그 화려한 인기의 이면에서, 그 위치를 계속해서 지켜내야 한다는 압박감과 끊임없는 고뇌에 시달리며 점점 지쳐가는 그의 모습이 그려진다.

결국 그런 숨 막히는 현실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나오키는 자신을 아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는 낯선 곳으로 훌쩍 잠적한다. 그곳에서 그는 평범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소박한 일상을 가까이서 지켜보며, 잃어버렸던 삶에 대한 용기를 조금씩 되찾아간다. 그리고 그런 그의 마음속 용기를 한층 더 북돋아주는 존재로, 한 여인 고토미가 등장한다. 나오키는 자신이 유명한 드라마 작가라는 사실을 철저히 숨긴 채 그녀와 순수한 사랑을 키워나가지만, 결국 그의 진짜 신분은 세상에 알려지고 만다. 자신에게 거짓된 모습으로 다가왔던 나오키에게 깊은 배신감을 느낀 고토미는 결국 그의 곁을 떠나버린다.

그러나 고토미를 향한 마음을 도저히 지우지 못한 나오키는 그녀를 찾아 나서고, 겉으로는 그의 곁을 떠났지만 사실 마음속으로는 여전히 그를 잊지 못하고 있던 고토미와 결국 다시 재회하며, 소설은 예상했던 그대로의 훈훈한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된다.

솔직히 말해, 이런 전개는 우리나라 드라마를 즐겨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마주쳤을 법한 익숙한 서사 구조다. 굳이 이 소설처럼 대단히 유명한 인기 작가가 아니더라도, 세상에 자신의 이름과 얼굴이 알려진 이른바 공인이라는 존재의 삶을 조금만 들여다본다면, 그가 겪게 될 갈등과 그것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 그리고 결말까지도 어느 정도는 무리 없이 예측이 가능한 정형화된 스토리다. 화려한 성공 뒤에 찾아오는 공허함, 신분을 숨긴 채 시작되는 사랑, 진실이 밝혀지며 찾아오는 위기, 그리고 결국 극복되는 해피엔딩까지. 이 익숙한 공식 자체를 벗어나려는 시도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는 점이 못내 아쉬웠다.

작가는 이렇듯 지극히 평범하다면 평범할 수 있는 이야기를, 정말이지 지극히 평범한 방식 그대로 담담하게 써 내려갔고, 또 그렇게 평범하게 이야기를 마무리 지었다. 어떻게 보면 조금은 성의가 부족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는, 새로움이나 반전이 거의 없는 무난한 내용이다. 등장인물들의 갈등이 깊어지는 과정도, 그것이 해소되는 방식도, 어느 하나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이 지닌 나름의 미덕도 분명 있다. 무겁지 않은 문체와 술술 읽히는 전개 덕분에, 머리를 복잡하게 쓰지 않고도 편안하게 몰입할 수 있다는 점이다. 굳이 깊은 사유나 반전을 기대하지 않고, 그저 마음 편히 따뜻한 이야기 하나를 즐기고 싶은 독자에게는 오히려 이런 담백함이 미덕으로 다가올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만큼 평소 드라마 감상을 즐겨 하고, 부담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만한 소설을 찾고 있는 독자라면, 이 책을 한번 권해보고 싶다. 다만 예측 불가능한 반전이나 깊은 여운을 기대하며 이 책을 펼친다면, 다소 아쉬운 감상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함께 미리 언급해두고 싶다.


소개 및 문의 · 개인정보처리방침 · 면책조항

© 2026 블로그 이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