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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기 때문에[기욤 뮈소]

by IT BRIAN 2026. 9. 9.

'사랑하기 때문에'. 이 제목을 처음 마주했을 때,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어딘가 친숙하고 익숙한 느낌을 받을 것이다.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대중가요의 제목이기도 한 이 문구는, 그 자체만으로도 이미 애틋하고 절절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힘을 지니고 있었다.

이 책의 중심에는 한때 촉망받던 유명 정신과 의사였지만, 다섯 살 난 딸을 잃어버린 뒤로는 노숙자와 다름없는 처절한 삶을 살아가며 오직 딸을 다시 찾겠다는 일념 하나로 버텨가는 마크가 있다. 그리고 딸을 잃은 그 깊은 슬픔을 어떻게든 이겨내고, 무너져가는 현실 속에서도 일탈하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는 마크의 아내 니콜이 있다. 이 두 사람을 축으로, 마크의 오랜 친구인 코너, 억만장자 상속녀인 앨리슨, 그리고 어머니의 죽음에 얽힌 진실을 향한 복수심을 품고 살아가는 에비까지, 저마다의 사연을 지닌 인물들의 삶이 촘촘하게 얽히며 소설이 전개된다.

이 소설의 가장 큰 매력은, 각각의 등장인물들이 서로 아무런 관련도 없는 동떨어진 존재들이 아니라는 데에 있다. 그들은 저마다 알게 모르게 원한과 용서라는 보이지 않는 실로 서로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다. 처음에는 전혀 무관해 보이던 인물들의 사연이,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하나둘 예상치 못한 지점에서 서로 교차하며 맞물려간다는 점이 이 소설을 끝까지 손에서 놓을 수 없게 만드는 힘이었다.

소설 속에서 소제목으로 자주 반복되어 등장하는 단어가 있는데, 바로 '플래시백'이다. 다시 말해 과거로의 회귀를 뜻하는 말이다. 딸의 죽음이라는 현실을 도무지 받아들이지 못한 채 그 슬픔 속에 갇혀 있는 마크. 그런 마크가 하루빨리 아픈 현실을 마주하고 받아들이기를 간절히 바라는 니콜. 자신의 사소한 실수 하나로 마크와 니콜 부부에게 씻을 수 없는 슬픔을 안겨주고 만 앨리슨. 어머니의 간암 수술 순번을 조작된 검사 결과로 부당하게 뒤로 미뤄, 결국 어머니를 죽음에 이르게 만든 의사를 향한 뿌리 깊은 복수심 하나로 살아온 에비. 그리고 어린 시절 겪은 끔찍한 사고로 인해 마음속 깊은 곳에 지워지지 않는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코너까지.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지나간 과거를 하나하나 들여다보면, 예외 없이 모두가 저마다의 크고 작은 상처투성이의 삶을 살아왔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이 소설은 단순히 그들의 아픈 상처를 나열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독자는 마크와 코너, 앨리슨, 에비 각자의 고통스러운 과거를 하나씩 따라가며, 그들이 어째서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었는지를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코너가 마크와 앨리슨, 에비를 용서와 화해의 상징적인 공간이라 할 수 있는 어느 가상의 비행기 안으로 이끌어, 그들 각자의 오래된 상처를 하나씩 치유해 나가는 과정을 그의 시선을 통해 지켜보게 되면서, 소설은 마침내 감동적인 결말을 향해 나아간다.

각 인물의 과거와 현재를 자유롭게 넘나들면서도, 그 안에서 켜켜이 쌓여 있던 아픔들을 차근차근 풀어내어 끝내 치유에 이르게 만드는 이야기의 전개 방식은, 마치 도무지 풀릴 것 같지 않던 복잡하게 얽힌 매듭이 이야기의 끝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하나씩 자연스럽게 풀려나가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여러 인물의 시점과 과거, 현재를 이토록 정교하게 교차시키면서도 독자를 전혀 혼란스럽게 만들지 않고, 오히려 마지막 순간까지 몰입하게 만드는 작가의 구성력과 표현력이 정말 놀라웠다.

사실 기욤 뮈소라는 작가의 작품을 접한 것은 이 책이 처음이었다. 그런데 이 한 권의 소설을 통해, 그동안 익히 들어왔던 그의 명성이 결코 과장된 것이 아니었음을 온전히 이해하고 동의하게 되었다. 인물 하나하나의 상처를 깊이 있게 파고들면서도 결국은 사랑과 용서라는 따뜻한 메시지로 수렴시키는 그의 솜씨에 완전히 매료되었다. 그가 이전에 펴낸 다른 작품들도 조만간 반드시 구해서 읽어보고 싶다는 강한 욕구가 생겼다. 오랜만에 만난, 다음 작품이 진심으로 기대되는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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