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국 국채가 그냥 '세상에서 제일 안전한 자산'이라고만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미국 국채 금리가 19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처음으로 제대로 들여다보게 되었습니다. 금리가 오르면 채권 가격이 떨어진다는 기본 개념조차 최근에야 알았던 저에게, 지금 벌어지는 일들은 꽤 묵직하게 다가왔습니다.

미국의 부채 위기, 숫자로 보면 말이 안 됩니다
제가 처음 이 숫자를 봤을 때 단위를 잘못 읽은 줄 알았습니다. 미국 정부 부채가 40조 달러, 한화로 5경 원이 넘는다는 이야기입니다. 인류 역사상 채굴된 금을 전부 모아도 미국의 빚을 갚기엔 7조 달러가 부족하다는 설명을 접했을 때, 저는 그냥 멍하니 있었습니다.
이 부채가 갑자기 생긴 게 아닙니다. 페터슨 재단(출처: Peterson Foundation) 분석에 따르면 미국 재정의 주요 구멍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고령화로 인한 연금 지출, 폭발적으로 늘어난 의료비, 그리고 부채 자체에서 발생하는 이자입니다.
먼저 고령화 문제입니다. '픽크 65(Peak 65)'라는 표현이 있는데, 여기서 픽크 65란 베이비붐 세대가 하루 최대 1만 명씩 65세를 맞이하는 현상을 가리킵니다. 2024년부터 이 흐름이 본격화되면서 연방 예산의 22%가 연금으로 나가고 있습니다. 메디케어(Medicare), 메디케이드(Medicaid) 등 의료 관련 지출은 2026년이면 GDP 대비 9%에 달할 전망입니다. 여기서 메디케어란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한 연방 의료보험 제도이고, 메디케이드란 저소득층을 위한 의료지원 프로그램입니다.
그리고 이자 문제가 있습니다. 2025년 기준 미국의 순이자 지출은 9,700억 달러로, 한국 정부의 1년 예산을 두 배로 합친 규모입니다. 재정적자(Fiscal Deficit), 즉 세금 수입보다 지출이 많아 생기는 구멍은 GDP 대비 6%로, 목표치인 3%의 두 배나 됩니다. 수입은 GDP의 17.1%인데 지출은 23.3%이니, 매년 구조적으로 적자를 쌓아가는 구조입니다.
- 고령화(픽크 65): 연방 예산의 22%가 연금으로 지출
- 의료비(메디케어·메디케이드): 2026년 GDP 대비 9% 전망
- 이자 지출: 2025년 9,700억 달러, 한국 정부 예산의 2배
- 재정적자: GDP 대비 6%, 목표치의 두 배
금리 상승의 메커니즘, 생각보다 단순했습니다
채권 공부를 처음 시작했을 때 가장 헷갈렸던 게 바로 금리와 가격의 관계였습니다. 금리가 오르면 채권 가격이 떨어진다는 것, 이 역방향 관계를 몸으로 이해하는 데 꽤 시간이 걸렸습니다.
원리는 이렇습니다. 미국 정부는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국채를 발행합니다. 쉽게 말해 정부가 채권 시장에서 돈을 빌리는 행위입니다. 그런데 적자가 커질수록 발행량이 늘어나고, 시장에 국채가 넘쳐나면 투자자들은 가격 하락을 예상하며 구매를 꺼리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미국 정부는 국채의 매력을 높이기 위해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습니다. 차환(Refinancing), 즉 만기가 돌아온 기존 빚을 갚기 위해 새 국채를 발행하는 규모도 매년 최대치를 경신 중입니다.
여기에 외부 압력이 더해졌습니다. 중국은 미중 관계 악화 등을 이유로 미국 국채 보유량을 절반 가까이 줄이고 대신 금을 매입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엔저 현상, 즉 엔화 가치 하락으로 달러를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 되자 국채를 팔고 있고, 영국도 같은 흐름입니다.
설상가상으로 크라우딩 아웃(Crowding Out) 현상까지 발생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크라우딩 아웃이란 정부가 대규모로 자금을 빌리면서 민간 기업이 자본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워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반대 방향으로도 작동하고 있습니다. AI 데이터센터 건설 등으로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빅테크 기업들이 연기금, 보험사의 자금을 흡수하면서 미국 정부와 정면으로 경쟁하고 있는 겁니다. 미국 국채가 자본 시장에서 점점 '은따' 신세가 되어가고 있다는 표현이 과장이 아니라는 걸 실감했습니다.
달러 패권을 지키려는 고육책, 바이백과 스테이블코인
미국 재무부가 내놓은 카드 중 하나가 바이백(Buyback)입니다. 여기서 바이백이란 정부가 시장에 유통 중인 10년~30년 만기 장기 국채를 직접 사들여서 물량을 줄이는 전략입니다. 공급이 줄면 가격 하락을 방어하고, 덩달아 금리 상승도 억제할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그런데 이 돈을 어디서 조달하느냐가 문제입니다. 단기 국채를 새로 발행해 마련한 자금으로 장기 국채를 사들이는 구조입니다. 결국 장기 부채를 단기 부채로 바꾸는 것인데, 월가의 전설적인 투자자 스탠리 드럭켄밀러는 이를 두고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미루는 치명적인 실수"라고 공개적으로 비판했습니다. 이코노미스트지(출처: The Economist)도 중간선거를 앞두고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자산 중 하나를 정치화하는 행위"라며 장기적인 금융 신뢰도 훼손 가능성을 지적했습니다.
그렇다면 이 단기 국채를 누가 받아줄까요. 여기서 등장한 게 스테이블코인(Stablecoin)입니다. 스테이블코인이란 가격 변동이 거의 없도록 달러 등 법정화폐에 1대1로 가치를 고정시킨 디지털 화폐입니다. 미국 법에 따르면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때 동일한 금액의 안전 자산을 예치해야 하는데, 이때 인정되는 자산 중 하나가 '만기 3개월 미만 미국 단기 국채'입니다. 테더(Tether)나 서클(Circle) 같은 스테이블코인 발행량이 늘어날수록, 그 뒤를 받치는 단기 국채 수요도 자동으로 늘어나는 구조입니다. 미국 정부가 클레리티 법안(CLARITY Act), 즉 대형 은행의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허용하는 법안의 통과를 적극 주시하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달러 패권의 민낯, 국채를 사주는 쩐주가 바뀌었습니다
제가 이 대목에서 가장 오래 멈췄습니다. 결국 스테이블코인을 실제로 사용하는 최종 주체는 아르헨티나, 나이지리아, 튀르키예 같은 신흥국의 서민들이라는 겁니다. 자국 통화 가치가 불안하니까 달러에 연동된 스테이블코인을 쓰는 거고, 그 돈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를 거쳐 미국 단기 국채를 사들이는 데 쓰입니다. 신흥국 상인과 학생들의 생활 자금이 결국 미국의 부채를 지탱하는 구조입니다.
IMF와 BIS(국제결제은행)는 이 현상이 신흥국의 통화 주권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통화 주권이란 한 나라가 자국 화폐의 발행과 유통을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뜻합니다. 스테이블코인이 자국 통화를 대체하기 시작하면 이 권한이 사실상 미국으로 넘어가는 셈입니다.
과거에는 중국 같은 국가가 미국 국채를 사줬습니다. 이제는 그 역할이 줄어들고, 기업들과의 자금 경쟁에서도 밀리면서, 미국 국채를 떠받치는 수요가 국가에서 개인으로, 선진국에서 신흥국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달러 패권이 유지되는 방식 자체가 바뀌고 있는 겁니다.
솔직히 이 구조를 이해하고 나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국 국채가 안전자산이라는 전제 자체를 다시 봐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문입니다. 지금 미국의 금융 정책을 보면, 근본적인 부채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문제를 더 복잡한 구조로 분산시키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물론 당장 미국 국채가 흔들릴 가능성은 낮다고 보는 시각이 많지만, 10년, 20년 뒤의 그림은 저도 자신 있게 말하기 어렵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미국 국채 금리가 오르면 주담대 금리도 오르나요?
A. 직접적인 연관이 있습니다. 미국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장기 국채 금리, 특히 10년물 국채 금리를 기준으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국채 금리가 19년 만에 최고치를 찍으면서 주담대 금리 역시 함께 오른 것도 이 때문입니다. 국채 금리 변동이 결국 개인의 지갑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이유입니다.
Q. 미국이 빚을 이렇게 많이 지면 결국 어떻게 되는 건가요?
A. 단기적으로 미국이 부채를 갚지 못할 가능성은 낮다는 시각이 지배적입니다. 달러를 발행할 수 있는 나라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자 지출이 2025년 기준 9,700억 달러에 달하는 상황에서 재정적자가 구조적으로 쌓이면, 장기적으로 미국 국채의 신뢰도와 달러 패권 자체가 서서히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합니다. 저도 이 부분이 가장 불확실하게 느껴집니다.
Q. 스테이블코인이 미국 국채와 무슨 관계가 있는 건가요?
A. 미국 법상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면 그에 상응하는 안전 자산을 예치해야 하는데, 이때 인정되는 자산 중 하나가 만기 3개월 미만 단기 국채입니다. 스테이블코인 발행량이 늘수록 단기 국채 수요가 자동으로 늘어나는 구조입니다. 미국 정부가 클레리티 법안 통과에 관심을 갖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Q. 지금 미국 국채에 투자하는 게 괜찮은 건가요?
A. 저는 투자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구체적인 투자 판단은 드리기 어렵습니다. 다만 금리가 높을 때 국채를 매수하면, 이후 금리가 하락할 경우 채권 가격 상승으로 자본 이득을 기대할 수 있다는 기본 원리는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 재정 구조의 불안 요인이 복합적으로 쌓이고 있는 만큼, 안전자산이라는 전제를 무조건 믿기보다 충분한 학습 후 판단하시길 권합니다.
결론
제가 미국 국채를 처음 공부하면서 느낀 건, 안전자산이라는 말이 생각보다 훨씬 복잡한 전제 위에 서 있다는 겁니다. 40조 달러의 부채, 구조적으로 쌓이는 재정적자, 주요국의 국채 매도, 빅테크와의 자금 경쟁, 그리고 신흥국 서민의 돈으로 부채를 떠받치는 구조까지. 이 모든 게 맞물려 돌아가고 있습니다.
미국 국채가 당장 흔들릴 거라는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닙니다. 다만 제 경험상, 무언가를 '당연하다'고 생각할 때 가장 놓치는 게 많았습니다. 미국 국채가 안전자산이라는 믿음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의 구조가 10년, 20년 뒤에도 그대로일지 저는 자신 있게 말하기 어렵고, 그래서 앞으로도 계속 공부해나가려 합니다.